새해 첫 날이 되어서 쓰는 첫 회고이자 지난 해의 마지막 날을 돌아보는 회고가 되었다.
이전처럼 쓰던 회고와는 조금 다른 형식으로, 그냥 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올해로 이제 만 서른 하나가 된다.
서른 하나, 31년을 살면서 인생에서 얼마나 힘든 시기가 많았겠냐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내게 있어서 2023년은 어떻게 보면 정말로 쓰라린 한 해였다.
지금껏 큰 역경도 없었고, 있더라도 정면으로 제대로 부딪혀가며 해결했던 적도 없었다.
어떤 형태로던 문제가 생겨도 그럭저럭 넘어갔었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오며 넘어왔었다.
순전히 내 실력으로 해결해왔던 문제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서 '내가 잘해서 해결한 일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왔다.
내가 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러다보니 '나는 실력이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착각을 하며 살아오게 되었다.
단 한 번도 자신에 대한 객관화를 한 적이 없었기에 착각이 더해져서 나 자신을 과신했었다.
그 착각에 대한 과신은 작년 취업 시장에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기술 스펙들을 봤을 때, 나는 현재 취업 시장에 씨알도 안먹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나는 정말 별 것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 이후로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뭘 잘할 수 있을까.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도대체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생각만 많아지고 정리는 되질 않다보니 결국 이게 우울감으로 바뀌게 되었다.
점점 사람이 소극적이게 되고, 자신감도 잃어가다보니 '나는 이제 뭘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 10월부터 거의 한 달 가량을 그렇게 식음을 전폐하고 걱정과 불안만 늘어나다보니 우울증이 오게 되었다.
그때부터 약을 먹으면서 취업에 대한 것은 잠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쓸 데 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스스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고.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실제로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해야할 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마주한 적이 얼마나 있었는가.
있는 힘껏 노력을 하면서 살아왔었는가 등등.
후회가 드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결국 내가 살아왔던 삶이었고 이걸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이미 지나온 것들이고 이제부터라도 바뀌기 위해 죽을만큼 노력해야 된다고.
그러면서 생각을 하나하나 줄이다보니 취업과 관련된 것보다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내가 왜 컴퓨터를 전공을 했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왜 보안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하겠다고 대학원을 갔었던 것일까.
가만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이 '게임'에서 출발을 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주셨던 패미컴 게임기부터 시작해서 윈도우98에서 돌리던 마메 게임부터.
그리고 초등학생 때부터 접했던 수많은 도스 게임들과 온라인 게임들까지.
나는 게임으로 시작해서 컴퓨터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결국 대학도 컴퓨터를 전공하게 되었다.
또한 보안 분야로 공부를 하겠다고 대학원을 갔을 때 썼던 연구 계획서도 생각이 났다.
취약점 분석이 원래 희망하던 연구 주제가 아니었다.
나는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행위 분석을 통해 '게임 내 부정 행위 방지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싶었다.
결국 게임으로 시작해서 컴퓨터를 전공했고, 나는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생각하지도 않고 마냥 달려오기만 했던 것을 이제야 안 것이다.
여태껏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고, 진지하게 마주하지도 않았었다.
그저 대학을 다니면서 학부에서 가르쳐주는 것을 잘 배우면 되겠거니.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졸업 논문만 잘 내면 되겠거니.
그리고 필요한 자격증들만 따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보내왔다.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미친듯이 몰두하고 정면으로 마주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작년 말부터 조금씩이나마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마주하기 위해 작은 것들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프로카데미 학원 등록부터, 프로그래밍 언어, 시스템 프로그래밍, 네트워크 프로그래밍 등등.
필요한 지식들을 하나씩 다시 차근차근 다시 쌓아가고 있다.
과거 학부에서 배웠던 것을 알고 있다고 자만하지 않고, 더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른 하나.
많다면 많을 수도, 아직 젊다면 젊다고 볼 수도 있는 나이지만 더 늦어서는 안되는 나이가 되었다.
2024년은 정말 마지막으로 내 스스로를 바꾸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1년이라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작년부터 다짐했던 이 마음가짐을 올 해에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게임 서버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게임 서버 개발자"로 바뀌는 것을 목표로 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회고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 말을 잊고 넘어갈 뻔했다.
다들 새해 복 많이들 받으시고, 올 한해는 원하는 바는 모두 이루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